전쟁과 기후 재난으로 난민이 돼 임시 거처에서 지내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지내야 하는 난민캠프에서 화장실이 마비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발생률이 빠르게 올라간다. 화장실 하나가 망가졌을 뿐인데, 사람들의 권리는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하지만 화장실이 너무 당연해서 특별할 것 없는 매일을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들의 문제는 눈에 띄지 않았고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로 했다. 열악한 화장실 환경을 보여줄 수 있는 현지에서 영상을 찍고, 화장실 위생 문제를 지적한 국제 보고서와 통계 자료를 모았다. 화장실의 심각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와 표현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옥스팜 ‘토일렛 페이퍼 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클럽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더 토일렛 타임즈’라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했다. 국제 사회에 화장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 클럽 회원들이 늘었고 난민 여성을 위한 화장실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는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 특별 강연을 요청하는 학교 선생님, 서명과 후원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일방적인 외침에서 응답이 있는 소통으로 변하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