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4
영화나 드라마에 화장실 이야기가 소재로 사용되기만 해도 반가운 토일렛 페이퍼 클럽 에디터에게, 제목에 무려 '똥'이 들어간 다큐멘터리가 공개된다는 소식은 무척 기대되는 일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똥범벅 크루즈>는 제목 그대로 4천 명이 탄 크루즈의 기관실에 불이 나 전력이 모두 차단된 뒤 난장판이 되어버린 실제 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출발해 멕시코를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4일간의 일정으로 항해 중이던 크루즈에서 넷째 날 새벽 화재가 발생합니다. 화재 이후 배의 추진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면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며 화재를 진압하던 승무원들은 곧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바로 화장실입니다. 전기 없이는 화장실 물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승무원들은 대책을 마련합니다. 소변(No. 1)은 샤워실에서 해결하고, 대변(No. 2)은 빨간 봉투로 해결한 뒤 복도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안내합니다. 당시, 이 아이디어를 냈던 승무원은 "어이가 없지만, 천재적인 계획이었다"라고 회상합니다. 그동안 '더 토일렛 타임즈'를 꾸준히 읽어온 회원님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하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서 분변 봉투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천재적인 계획으로 구호단체에서도 실제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천재적인 계획은 크루즈 안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승객들에게 빨간 봉투가 지급되자, 사람들은 "이건 아니야!", "웃기지 마. 절대 못 해", "나에게 그런 일은 없을 거야"를 외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이 내려가지 않는 화장실에서 계속 No. 2를 해결했고, 어떤 이들은 그저 무작정 참기로 합니다. 사용 후 버린 봉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복도에 뒹굴기도 하고, 서바이벌 모드로 변해버린 사람들이 봉투를 던지며 싸우기까지 합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은 인양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크루즈가 이동하면서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고, No.1과 No.2 모두 출렁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터져 나와 말 그대로 '똥범벅 크루즈'가 됩니다.
천재적인 계획은 어쩌다 실패했고, 결국 세상에 길이 남을 사건사고로 기록되었을까요? 옥스팜의 <위기 상황에서 물·위생 대응 원칙>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옥스팜의 위기 대응 원칙은 매우 간단합니다.

1. 상의하라.
2. 수정하라.
3. 다시 상의하라.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은, 마치 헬리콥터에서 구호 물품을 전해주듯 일방적으로 내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단순히 '알려주는 것' 그 자체로는 거의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지역 사회, 당사자) 구성원들이 위험을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 이 행동을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과정에 커뮤니티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 또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왜 사람들이 빨간 봉투 사용을 그토록 꺼렸는지, 사회적 규범, 인식, 관행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옥스팜 커뮤니티 참여 원칙. ⓒ Oxfam

이 크루즈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된 화장실을 계속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생겼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화장실이 있어도 여전히 노상 배변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의 위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화장실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화장실이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것이 옥스팜이 공중보건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 과학적 연구보다 커뮤니티의 참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입니다.

공식 예고편. 출처: Netflix

문제의 크루즈는 8일 만에 육지로 돌아왔고, 승객과 승무원들은 그 악몽 같던 기억을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크루즈가 '파라다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수영장, 화려한 공연장, 식당, 호화로운 객실 같은 수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지옥'이 되기 위해서는 딱 하나, 화장실만 없으면 된다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화장실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무더운 여름, 어디에서든 자유롭고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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