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저절로 생겨날 리 없는데, 내리는 비가 곧장 내가 마시고, 쓰는 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제가 불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강릉이 사상 초유의 단수까지 시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강수량 부족, 저수량 부족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도관 등의 시설이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정작 수원지인 강원도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평등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2의 강릉’이 될 수 있는 가뭄 취약 시군 37곳을 표시한 전국 지도를 살펴 보면 경기도 연천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비수도권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물 접근성의 격차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일시적 장애, 노후시설 교체 또는 시설물 진단 등으로 인한 단수는 있었지만 전 지역이 대규모로 단수가 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 관리,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에 많은 인구가 모이고 산업이 발전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인구가 모여 있기 때문에 관련 시설이 잘 유지되고 저수량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자원이 집중된 것입니다.
같은 한국이지만 강원도, 강원도 중에서도 강릉, 강릉 중에서도 저수조가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제한급수가 시행되면서 형평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강릉만 재난 지역이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 것 같다”, “주택은 단수를 안했다는데 아파트 주민만 희생하는 것 같다”는 목소리입니다. 극심해지는 기후변화를 당장 늦출 수는 없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자원의 불평등, 정책의 불균형 문제가 왜 해결되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