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5
토일렛 페이퍼 클럽 편집장에게 새롭게 생긴 직업병이 있습니다. ‘화장실’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특히 재난 상황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면서도 등장인물들이 화장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하며 보았습니다. 다행히 그 궁금증은 영화 시작 41분 후에 말끔히 해결되었습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선택받은 물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재난 이후 지속되는 생존자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폐허가 된 바깥세상과 황궁 아파트를 철저히 분리한 후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롭게 주민 수칙을 만들고 시설을 재정비합니다. 음식을 확보하고 배분하기 위한 원칙을 정하고 의료팀을 운영하고 경비도 강화합니다. 그리고 화장실 대책도 마련합니다.
황궁 아파트의 화장실 솔루션으로 선택된 것은 바로 검정 비닐봉지입니다. 양변기에 비닐봉지를 끼우고 앉아 배변을 한 후 봉지를 아파트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낭떠러지 아래로 던지는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마치 영화 제작진이 옥스팜이 발간한 <비상 상황에서 안전한 배설물 처리를 위한 배변 봉투 사용법: The Use of Poo Bags for Safe Excreta Disposal in Emergency Settings>을 참고한 것처럼 중요한 원칙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재난 상황의 화장실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옥스팜 전문가들이 찾아낸 솔루션 역시 배변 봉투입니다. 황궁 아파트의 배경인 서울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구덩이를 팔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구현할 수 있는 배설물 처리 옵션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옥스팜의 <비상 상황에서 안전한 배설물 처리를 위한 배변 봉투 사용법> 보고서. ⓒ Oxfam
옥스팜의 <비상 상황에서 안전한 배설물 처리를 위한 배변 봉투 사용법> 보고서. ⓒ Oxfam
화장실이 사라져 버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화에서 아파트 부녀회장이 복도에 배설물이 있는 걸 발견하고 놀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상사태 초기에는 이처럼 배설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옥스팜은 ‘잠재적인 질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배변 봉투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사용자가 배변 봉투를 이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황궁 아파트에서도 이 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부녀회장은 “가장 중요한 거, 오물, 똥 관리죠! 인간의 탈바가지를 쓰고 아무 데나 버리고 싸는 그런 행위는 앞으로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전염병 생기면 안 되니까 개인위생 최대한 신경 쓰시고 우리 함께 다 같이 잘 살아 봅시다.”라고 주민들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교육합니다. 그리고 박서준 배우가 연기하는 602호 민성은 주민들 앞에서 배변 봉투 사용 시연까지 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봉투 사용 시 배설물 매립 장소가 매우 중요한데 옥스팜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과 수원지로부터 적절한 거리(30m 이상)가 필요하다고 권고합니다. 황궁 아파트에서는 지진으로 발생한 낭떠러지가 안전한 매립지가 되어줍니다. 황궁 아파트에서 검정 비닐봉지는 단순히 배설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배변에서 폐기에 이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검정 비닐봉지가 화장실 시스템의 큰 축이 되는 것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영화적 설정이지만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비상 상황에 놓인 많은 곳에서 ‘지속 가능한’ 배변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아이티,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실제 활용되었습니다. 재난 이후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일상이 재난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폭력, 박해 등의 이유로 집을 떠나 생활해야 하는 전 세계의 1억 800만 명의 난민, 실향민들은 이 영화 속 주민들처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배변 시스템, 황궁 아파트와 같은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화장실이 사라져 버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위로만 솟아있던 황궁 아파트는 결국 폭력과 혼돈 만이 남는 공간이 되고 반면에 지진 때문에 옆으로 쓰러져 버린 아파트가 주인공에게 안식처가 됩니다. 마치 위로 올라가기 위해 만들었던 사다리를 옆으로 돌려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문을 걸어 닫고 ‘우리끼리’ 잘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서로 연결될수록 안전해진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2023년은 '토일렛 페이퍼 클럽’이라는 새로운 다리를 통해 여러분과 연결될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 당장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서로의 화장실에 대해 생각해 보고 걱정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된 것이 아닐까요? ‘토일렛 페이퍼 클럽’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한 해 즐겁게 마무리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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