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렛 페이퍼 클럽

<퍼펙트 데이즈>
왜 이런 일을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으신다면

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입니다. 매일 아침 ‘The Tokyo Toilet’이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있는 파란색 점프슈트를 입고 청소 도구가 가득 실린 차를 타고 일을 시작합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분들의 모습을 실제로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지만, 히라야마의 청소는 뭔가 특별해 보입니다. 작은 거울을 사용해 변기 뒷부분의 청결까지 확인하고 부품을 다 풀어 세심하게 닦은 후 다시 조립하기도 합니다. 세면대, 변기, 거울 등 화장실 안과 밖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정성스럽게 매만지며 깨끗하게 닦아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타카시가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불평 섞인 질문을 할 정도입니다.

그가 청소하는 화장실 그 자체도 매우 특별합니다. 히라야마는 도쿄 시부야를 돌아다니며 화장실을 청소하는데 각각의 화장실이 매우 개성 있고 아름답습니다. 하얀색 돔, 투명한 유리, 나무로 만든 화장실 등이 독특해 찾아보니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화장실들이라고 합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본의 ‘환대’(오모테나시 おもてなし) 문화를 보여주는 일환으로 도쿄 시부야에서 공공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영화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공중화장실을 떠올리면 갖게 되는 ‘어둡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안전하고 밝은 화장실을 하나씩 만들었고 히라야마와 같은 청소부의 세심함과 정성이 만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을 ‘환대’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감독은 파란 점프슈트를 입고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이들의 묵묵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수많은 타인의 삶이 잠시나마 중첩되는 공공화장실을 매일 같이 청소하는 한 남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영화”라고 소개합니다. 감독의 말처럼 화장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중첩됩니다. 만드는 사람, 가꾸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은 사회적으로는 가장 낮고 작다고 여겨지는 공간인 동시에 가장 필수적인 공간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곧 더러워질 공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가장 깨끗하게 가꿔야 하는 곳입니다. 히라야마가 온 정성을 다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곳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삶을 환대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히라야마의 모습을 보며 옥스팜에서 목격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 난민 캠프에서 위생 시설을 만들고, 화장실을 쓸고 닦고, 정성스럽게 관리하는 옥스팜의 직원과 파트너, 자원봉사자들입니다. 그들은 세상 어딘가에는 전쟁, 기후 재난 등으로 인해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환대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 사람들은 누구나 환대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화장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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