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2
물건을 구매한 후 택배 배송을 기다리는데 예고 없이 배송이 지연되거나 물건이 분실되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배송 준비 중> 상태에서 며칠 동안 소식이 없거나 배송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물건이 도착하지 않아서 답답했던 경험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반면 딱 필요한 시기에 물건이 도착하면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가자지구 난민 캠프에 살고 있는 페리알은 최근 반가운 택배를 받았습니다. 바로 화장실입니다. 페리알을 비롯한 난민 캠프의 사람들은 물을 구하고, 손을 씻고, 화장실에 가는 기본적인 일상조차도 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페리알은 “폭격으로 죽지 않는다면 질병으로 죽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떨었다.”라고 말합니다. 옥스팜이 물탱크와 화장실 설비, 손을 씻을 수 있는 세정대를 긴급하게 제공하면서 페리알은 최소한의 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있는 수십,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언제 배송될지 모를 택배를 막연히 기다려야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를 봉쇄한 2007년 이후 지난 17년간 이곳 사람들은 사실상 구호물품 트럭에 의존해 살아야 했습니다. 봉쇄 기간 동안 민간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하루 평균 500대 가량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를 오갔습니다. 하지만 작년 10월 시작된 전쟁 이후 한동안 트럭 반입이 금지되었고 겨우 20~30대만 들어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육지로 연결된 통로는 모두 막혔고 바다를 통해 구호 물품을 전달하려던 시도마저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중단되었습니다. 하늘길 만이 자유롭게 열려있는데 그곳으로는 오직 무기들만 날아들어올 뿐입니다.
진입한 워터 트럭 앞으로 물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 ⓒ Ghada Alhaddad/Oxfam
진입한 워터 트럭 앞으로 물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 ⓒ Ghada Alhaddad/Oxfam
옥스팜의 트럭 상당수는 지금도 라파 교차로에서 대기 중입니다. 이 트럭에는 화장실 설비와 담수화 장치, 수질 검사 장비 등이 실려있습니다. 이 밖에도 국제구호단체들이 마련한 2천 대의 트럭이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을 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바로 앞에서 수개월째 대기하고 있습니다. 트럭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민간인에게 필요한 식량의 83%가 반입되지 못해 주민들은 격일에 한 끼를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100만 명의 여성은 위생 용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187만 명이 집을 잃었지만 2024년 5월 이후 가자 지구에 들어온 텐트는 2만 5천 개에 불과합니다.
가자지구 알 마와시 지역에 설치된 옥스팜 화장실. ⓒ Alef Multimedia/Oxfam
가자지구 알 마와시 지역에 설치된 옥스팜 화장실. ⓒ Alef Multimedia/Oxfam
폭격으로 인해 지하수 우물, 담수화 시설 등 물 생산 인프라가 가장 심각하게 파괴되었지만 시설을 복구하기 위한 장비도 반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옥스팜이 설치한 식수, 위생 시설 32개 중 12개가 파괴되었고 11개가 손상되었습니다. 매일 18만 명의 식수를 공급하던 시설이 멈춰버린 것입니다. 폐수처리장이 파괴된 후 하수가 도시에 범람했고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인구의 97%가 오염된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겨우 4.74리터의 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시고, 음식을 하고, 씻는 것을 비롯해 설거지와 세탁까지 모두 1.5페트병 3개 정도의 물로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인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 306리터의 겨우 1.5%에 불과합니다. 오늘 아침 저는 일어나자마자 단 3분 만에 화장실을 한 번 사용하고 물을 한 잔 마시면서 가자지구 주민 1명이 3일간 사용할 물을 다 써버렸습니다.
가자지구로 배송되어야할 물품들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제가 하루를 시작하며 단 3분 만에 필요를 느낀 물과 화장실입니다.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당연히 필요하고, 한순간도 없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1년여간 힘겹게 버텨오고 있는 주민들에게 전해져야 할 희망이 교차로에 멈춰서 있습니다. 더 이상 배송이 지연되어서는 안됩니다. 트럭에 실려있는 물건들이 가자 지구 주민들의 앞에 안전하게 배송될 때까지 우리의 관심과 지원은 멈춰 서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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