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
혹시 사막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지하철에서 사막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갑자기 화장실에 급하게 가고 싶어졌는데 도무지 화장실이 나오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몇 분 밖에 안되는 시간,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길고도 멀게 느껴졌던 이유는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이 역에는 화장실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꼭 필요한 시설이 없거나 사라진 지역을 사막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던 그 순간이 저에게는 사막처럼 느껴졌습니다. 물이 부족할 뿐 아니라 물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물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막은 더 긴장되고 위험한 곳일테니까요.

사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사막(食品沙漠, Food desert)입니다. 식료품 상점이 부족해 가게를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쇼핑 난민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미국, 일본 등 식품 사막화가 먼저 시작된 나라들에서는 정부가 나서 지역 거점에 상점을 설치하거나 이동식 상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농어촌 마을에서 빠르게 식품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2020년 기준 농산어촌 지역 마을 4곳 가운데 3곳에 가게가 없고, 3분의 1은 읍내까지 나가도 식료품을 구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주문 후 몇 시간 안에, 새벽에도 원하는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는 지역과 식품 사막인 지역과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말리아 한 마을에 건설한 화장실. ⓒ Ahmed Osman/Oxfam
소말리아 한 마을에 건설한 화장실. ⓒ Ahmed Osman/Oxfam
화장실 사막에
더 많은 오아시스가 존재할 수 있도록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는 런던 지하철의 ‘화장실 사막’(Loo Desert)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3구역의 역 중 화장실이 있는 곳은 4분의 1도 되지 않고 가장 긴 화장실 사막은 12 정거장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를 낸 런던 의회의 Russell 의원은 “런던 시민들이 다리를 꼬고 지하철을 기다릴 필요는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고, 런던 시장은 이 보고서 발표 이후 런던 시민들이 공중 화장실을 점점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수도권에 살고 있는 저와 런던 시민들은 때때로 화장실 사막을 지나가거나 잠시 경험할 뿐이지만 화장실 사막이 곧 내 집, 내 마을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경제적 빈곤 등으로 인해 화장실 사막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잠시 다리를 꼬고 있는 것만으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소말리아 술(Sool) 지역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은 물을 고갈시켰고 주민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10~50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합니다. 옥스팜은 지역사회와 협력해 이곳에 물과 화장실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태양열을 활용한 시추공을 설치해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있고 4개 마을에 60개의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야간에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했습니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 지역에 적합하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계속 찾아가고 있습니다.
마을에 설치된 태양광 가로등. ⓒ Ahmed Osman/Oxfam
마을에 설치된 태양광 가로등. ⓒ Ahmed Osman/Oxfam
"화장실이 생기기 전에 여성으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위험했고 폭행당할까봐 두렵기도 했어요. 화장실이 생기고 우리 삶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강간 사건 발생률이 감소했어요. 화장실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 코사르 후세인(Kowsar Hussein), 소말리아
우리나라의 식품 사막 문제를 보도한 기사에서 이동 슈퍼(트럭형 상점)에서 제일 인기 있다고 소개한 음식은 생고기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식어불고 녹아부러서’ 읍내에서 사 올 엄두도 못 낼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은 마트에서 사 갖고 오다 보면 다 녹아불잖아요.”

우리나라 시골 마을 어르신들이 아이스크림을 사 올 수 없는 이유도, 소말리아의 한 여성이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이유도 뜨거운 태양 때문입니다. 우리는 뜨거운 태양과 가뭄을 막을 수 없지만 시골 마을에 이동형 슈퍼를 보내고 태양을 활용해 발전소를 짓고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무언가가 사라져버린 세상,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세상, 사막처럼 막막한 그곳에 어느 누구도 남겨두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화장실에 관한 더 많은 용어와 정보를
알고 싶은가요?

지금 바로 토일렛 페이퍼 클럽에 가입하고
클럽이 직접 엄선한 화장실 정보와 최신 자료들을
이메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글로벌 화장실 이슈 레터


토일렛 페이퍼 클럽 회원 전용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토일렛 페이퍼 클럽이 직접 엄선한
글로벌 화장실 이슈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화장실 이슈 레터


토일렛 페이퍼 클럽 회원 전용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토일렛 페이퍼 클럽이 직접 엄선한
글로벌 화장실 이슈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재단법인 옥스팜코리아
(우)04519 서울 중구 세종대로 19길 16, 301호
대표전화 1566-2707 | 대표자 자넷 올드필드 | 고유번호 114-82-11141

회원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재단법인 옥스팜코리아
(우)04519 서울 중구 세종대로 19길 16, 301호
대표전화 1566-2707 | 대표자 자넷 올드필드 | 고유번호 114-82-11141

회원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