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30
최근에 천장이 유리로 된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에서 화장실 내부가 훤히 다 비친다는 제보가 기사화된 적이 있습니다. 채광을 좋게 하려고 유리로 천장을 만들었다가 밤에 불을 켜면 내부가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요.

화장실은 그야말로 프라이버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입니다. 프라이버시는 간섭받지 않을 권리라고 하죠. 내가 용무를 마치는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도록 모든 화장실은 내부가 드러나지 않아야 합니다. 안이 비치지 않아야 하고, 쉽게 뚫리지 않는 문으로 되어 있고, 잠글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렇게 화장실이 ‘사적인’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거대한 ‘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여기서 ‘공적’이라는 건 나 혼자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사적인 화장실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공동의 노력을 의미해요.) 스케일이 큰 토일렛 페이퍼 클럽은 그중에서도 무려 국제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동의 노력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케냐 마르사빗(Marsabit) 지역의 한 화장실. ⓒ Mark Wahwai/Oxfam
케냐 마르사빗(Marsabit) 지역의 한 화장실. ⓒ Mark Wahwai/Oxfam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지킨다!
화장실 닥터
전 세계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국제 NGO에는 ‘화장실 닥터’라고 불리는 화장실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피해 갑작스레 난민이 된 사람들에게는 화장실 지원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특히 난민 캠프라는 자원과 주변 환경이 제한적인 경우에 짓는 임시 화장실에서는 프라이버시가 더욱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옥스팜에는 앤디라는 화장실 닥터가 있습니다. 앤디는 어디서든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토막, 비싸지 않은 못, 플라스틱 천 등을 사용해 난민 캠프 화장실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비디오로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임시 화장실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유리 화장실을 만든 분들이 이 비디오를 먼저 봤다면, 아찔한 사고를 막았을 수도 있겠어요!) 플라스틱 천을 찢어지지 않도록 병뚜껑을 덧대거나 남는 천을 여러 번 접어서 단단한 홀더로 활용하는 등 앤디의 방법은 단순하고 적용하기 쉽습니다. 쉬워 보일수록 사실은 어려운 일이라고 하잖아요. 구호 현장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이렇게 쉬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한 앤디의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화장실 짓고 땡?
이제 제대로 봅시다
전 세계 화장실 상황과 데이터는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공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요. (Joint Monitoring Project, 일명 JMP. 무려 199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해요.) 이들이 최근 화장실 프라이버시 관련 무척 중요한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전 세계 화장실 상황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평가하는 SDG6지표에 프라이버시 권리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미국 에모리 대학 연구팀과 진행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SDG6 화장실 개선 측정 지표들은 단순히 배설물을 처리하는 시설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고 깨끗함, 프라이버시, 안전성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었어요. 깨끗하지 않거나 프라이버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화장실이 있어도 이용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결국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장실이 있어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건 화장실을 보장했다고 볼 수 없다는 거죠.

연구팀은 앞으로 화장실 개선 지표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할 때 ‘당신이 이용하는 화장실이 깨끗하고, 안전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가?’라는 질문을 필수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가 이제서야 나온 점은 아쉽지만, 목표 기한인 2030년이 되기 전에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전 세계 화장실 상황, 조금 더 신경 써서 살펴보자고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주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이 있죠.  오늘 이야기를 되돌아보니 한 사람이 마음 놓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정말 전 세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 이 속담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겠네요. 한 사람의 화장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필요하다! 그동안 화장실은 그냥 용변을 보는 평면적인 장소였는데,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한 노력과 무조건적인 따뜻한 관심이 녹아 있는 입체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화장실, 파면 팔수록 정말 멋진 존재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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