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계속되며 피해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토일렛 페이퍼 클럽 회원 여러분들께서도 이번 전쟁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이 크실 것 같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옥스팜의 오마르 그레이브(Omar Ghareib)는 온 도시가 굉음과 아이들의 비명소리로 가득하다고 전해왔습니다.

가자 지구의 비극적인 소식, 특히 수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접하면서 떠오른 사진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요르단 난민 캠프에서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외신에 소개된 작은 사진 하나일 뿐이었지만 하얀 변기를 둘러싸고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 생긴 것처럼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요르단 난민 캠프, 가자 지구 등에서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2022년 기준 약 1억 8백만 명에 달합니다. “Displacement”라는 영어 표현 그대로 전쟁, 박해, 폭력 등의 이유로 있어야 할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떠날 수밖에 이들이 지내야 하는 곳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입니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밀집도가 높고 제반 시설이 부족하고 안전에도 취약합니다. 주변 국가와 지역으로부터 고립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연히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위생적인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 눈앞에 놓인 하얀 변기는 큰 선물이자 위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 변기는 위생 문제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난민 캠프의 아이들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이자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게 됩니다.

가자 지구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가자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물의 97%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해수가 섞인 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옥스팜은 가자 기구의 물과 위생 사업을 담당하며 물 정화 시설과 위생 시설을 만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 옥스팜을 비롯한 NGO들이 수도 시설 하나, 화장실 하나씩을 차근차근 만들어 갈 때마다 그곳의 아이들도 요르단 난민 캠프의 아이들처럼 크게 반기며 즐거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전기 공급이 끊겨 담수화 시설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간만 탈수로 인한 사망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과 가자 지구의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이자 더 나은 상황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이 연결이 끊겨 버렸고 희망은 가자 지구 경계 앞에 막혀있습니다. 옥스팜 파트너들이 극히 제한된 수에게 지원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인도적 지원의 통로는 막혀있습니다. 물과 위생 설비가 완전히 붕괴돼 버린 현장에 즉각적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옥스팜은 통로가 열리는 즉시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에 물이 다시 흐르고, 하얀 변기가 아이들을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국제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시급합니다. 하루빨리 인도적 지원의 통로가 열리고 전쟁이 끝나기를 소망하며 가자 지구의 모든 사람들과 옥스팜을 비롯해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든 활동가들의 안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