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발발한 지 벌써 1년이 넘었고, 최근 가자지구에서 무력 사용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튀르키예-시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9월에 발생한 모로코 강진 피해도 아직 제대로 복구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쟁과 재난으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나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해야 하는 난민들에게 ‘화장실’은 무척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평소 집이나 학교 등 주변 생활 시설을 이용할 때는 필요할 때 언제든 쉽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재난으로부터 생존해 임시 대피소에 도착했지만, 그들에게 화장실 문제는 생각지 못한 또 다른 고통이 됩니다. 먼저, 화장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시리아 난민 캠프 중 요르단에 위치한 자타리(Zaatari) 캠프에서는 화장실 한 개를 50명이 사용해야 할 정도로 화장실이 부족했습니다. 최근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대피소에는 화장실 한 개를 무려 150명이 공유해야했습니다. 긴급재난 현장에서 보이는 심각한 격차들 중에서 두 번째로 심각한 것이 바로 화장실이기도 했을 정도로, 재난 상황에서는 화장실의 수가 부족합니다. 국제사회에서 발 빠르게 화장실을 지원하지만, 계속해서 유입되는 대규모의 난민들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화장실을 제공하는 것은 지속적인 지원이 없이는 무척 어렵습니다.

화장실이 있지만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은 수의 화장실을 많은 난민 인구가 사용하다 보면 화장실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고장도 자주 납니다. 화장실의 수가 이용객 규모를 따라지 못하는 것입니다. 고장 난 화장실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난민캠프에 많이 설치되는 화장실은 신속하게 운반하기 위해 목재에 금속 잠금장치를 달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목재가 휘어지거나 뒤틀리면서 잠금장치가 잘 맞지 않아 잠글 수 없는 화장실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여성이나 아이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더욱 두려워집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자신이 노출되면 폭력과 같은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생 문제가 안전 문제와 연결되면서 여성이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더욱 취약해지는 것입니다.

긴급상황에서 화장실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이는 난민 캠프 환경을 쉽게 오염시키고, 결국 위생 문제와 직결됩니다.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생 문제가 나빠지면 면역력이 낮은 아이들은 건강을 잃기 쉽고, 심각한 경우에는 목숨을 잃습니다. 실제로 더러운 화장실로 인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5세 미만 아동은 무려 하루에 700명이나 되는 규모입니다. 참혹한 전쟁과 재난을 겪으며 이미 많은 고통을 겪은 생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겪게 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긴급상황에서 화장실 지원은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화장실 지원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