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속 화장실 장면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어떤 장면인가요? 일상 속에서 화장실이 필수적이고 자주 가는 곳인 만큼 영상 콘텐츠에서도 화장실은 자주 등장합니다. ‘화장실 유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엉뚱하거나 재미있는 일들이 연출되기도 하고 스릴러 물에서는 주인공이 적들을 피해 숨어 있거나 새로운 작전을 모색하는 중요한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주인공이 겪고 있는 팍팍하고 어려운 현실이 화장실을 통해 표현하기도 하고 한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치로서 화장실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들의 공통점은 그 영화나 드라마 속 현실에서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은 늘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와는 달리 화장실 자체가 없는 현실을 다룬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시리즈입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 시리즈는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온조와 친구들은 좀비들을 피해 방송반에 숨어있게 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이 생기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때 소방관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온조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가 그랬어. 고립되면 잠자리랑 화장실은 무조건 구분해야 된다고.”

그러고는 친구들과 함께 화장실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반장이랑 너희들은 일단 유리창 가릴 만한 거 찾아보고. 그리고 청산이랑 준영이는 변기 대용품으로 대소변 흡수할 수 있는 거. 너희 나머지는 칸막이”

온조는 방송실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활용해 화장실을 만듭니다. 같은 시간 온조의 아빠도 다른 장소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아빠 역시 함께 고립된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지금부터 간이 화장실을 만들겠습니다.”

아빠는 충전재가 들어있는 소파 등 자신이 있는 곳의 물건들을 활용합니다.

특히 이 장면이 신선했던 이유는 다른 좀비 영화나 시리즈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아주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간이 화장실을 어떻게 만들면 더 효과적일지 함께 고민하게 히고 등장인물들의 고충에 감정이입하게 만듭니다. 한편으로는 화장실이 기본값이 아닌 상황, 당연히 내가 있는 공간에 포함되어 있는 필수 옵션이 아닐 경우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이 기본 옵션이 아닌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다면, 또는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하는 곳이 상하수도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면 그곳에 화장실이 있을 확률은 매우 낮아집니다. 그리고 온조 아빠의 말처럼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는 곳과 화장실은 반드시 분리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실은 그냥 이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직접 만들어야만 존재하는 것이 됩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옥스팜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왜 그 나라의 지형, 지물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색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나무가 자라는지, 잎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토질은 어떠한지, 비는 얼마나 오는지 등등 모든 환경적 요인이 어떤 형태의 화장실을 만들고 유지하는지를 결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온조의 친구들이 대걸레와 목베개를 사용하고 온조 아빠가 스펀지를 활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시리즈임에도 우리에게 지금 우리 화장실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여러분에게도 기억에 남는 화장실 장면이 있으신가요?